2024. 1. 3. 10:54ㆍ스리랑카 여행
콜론보 투어에서 강가라마 사원을 둘러보고 시마 말라카 사원에 갔다. 호수 위에 떠있는 참신한 사원의 모습과 자연과 어울리는 그 설계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사실 시마 말라카 사원은 강가라마 사원의 일부라고 한다. 하지만, 호수 위에 떠있어서 강가라마 사원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따로 글쓰기로 했다.
시마 말라카 사원에 대한 기본 정보
강가라마 사원의 부속 사원으로 베이라 호수 위에 세워진 수상 사원이다. 강가라마 사원으로부터는 도보 3분 정도 거리에 있다. 강가라마 사원의 승려들이 쉬거나 수행하는 사원이라고 한다.
원래 19세기에 세워진 사원이었으나, 1970년까지 조금씩 호수에 잠겼다고 한다. 그러다가 1976년에 제프리 비와가 설계해서 현재의 사원으로 거듭났다. 참고로 제프리 비와(Geoffrey Bawa)는 스리랑카의 유명한 건축가로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한 사람이다.
시마 말라카 사원 후기
강가라마 사원에서 출발하여 3분 정도 걷자 시마 말라카 사원에 도착했다. 다리 너머로 사원이 보였다. 호수에 떠있는 사원이 불상들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리 중간에 조각품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부처님의 발자국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조각품에 동전들이 쌓여있었다. 한국에서도 분수 안에 돌로 된 그릇이 놓여 있고, 거기에 동전을 던져서 넣는 곳이 많다. 비슷한 문화라고 생각했다.
사원의 본관은 아래의 사진처럼 생겼다. 지붕의 경사가 상당히 낮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밑으로 깔리며 안정성 있는 느낌이 난다. 잠잠한 호수와 어울리는 설계라고 느꼈다.
본관의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불상을 숭배하기보다는 승려들이 쉬고, 수양하는 곳이다 보니 내부가 간단하다.
특이한 점은 벽이 막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무로 된 창살로 벽을 만들었다. 그래서 내부에서 외부를 편히 볼 수 있다. 또한 외부의 빛과 바람이 자연스럽게 내부로 들어온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와도 호수 안에 있는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갑갑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구조이다.
시마 말라카 사원에서 둥지를 트는 까마귀를 보고 얻은 깨달음
사원의 구조를 관찰하다가 안에 있는 까마귀를 보았다.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사원 내부에 집을 짓고 있었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까마귀가 나뭇가지를 물고 있었다.
그리고 지붕 가장자리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저 까마귀가 둥지를 완성하든 안 하든 결론은 정해져 있다. 관리인이 오면 까마귀는 내쫓아지고, 둥지는 허물어질 것이다.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열심히 살아서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때가 되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흔적은 세상에서 없어진다. 그야말로 공수래공수거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영원한 성공을 추구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런 헛된 꿈은 결국에 모래성 마냥 무너지게 된다.
그렇기에 인생의 의미를 영원에서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둥지가 허물어지면서 까마귀의 열정이 물거품이 됐을지라도, 그 순간순간에 까마귀가 즐거웠다면 된 것이다. 비록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력들이 결국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들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이 그 노력으로 즐거웠다면 된 것이다. 우주의 역사에서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도, 그 주체의 순간에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한다. '욜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래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래도 대비하면서 현재도 충분히 즐겨야 한다. 즐겁게 일하고 놀아야 한다.
열심히 둥지를 트는 까마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상으로 둘러싸인 시마 말라카 사원
본전에서 나와서 시마 말라카 사원의 측면을 보았다. 여러 불상들이 사원을 감싸고 있었다. 이런 구조의 사원도 처음 보았기 때문에 신기했다.
시마 말라카 사원에서 본 베이라 호수와 콜론보 시내
시마 말라카 사원에서 베이나 호수와 콜론보 시내가 어우러진 풍경도 볼 수 있다. 호수와 어우러지는 사원과 멀리 보이는 고층빌딩이 조화를 이루는 관경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특이한 고층 건물도 보였다. 스리랑카에는 의외로 독특한 고층 건물들이 많았다.
사원과 풍경들을 더 구경하다가 시간에 맞춰서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콜론보에 간다면 다시 들르고 싶은 사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