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6. 14:10ㆍ중남미 여행/파나마 여행
세계지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운하 중 하나가 파나마 운하이다. 그렇지만 파나마 운하를 직접 본 사람은 적고, 배 타고 파나마 운하를 건넌 사람은 더 적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직접 배 타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이야기를 쓸 것이다. 직접 갈 기회는 얻기 어렵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파나마 운하를 건너는 경험을 하기 바란다.
0. 파나마 운하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
잠시 파나마 운하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적어 두겠다. 우선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운하이다. 이 운하를 건너지 않고도 돌아가는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 대서양 그리고 중간의 호수 사이에 높이차가 존재한다. 호수가 바다보다 고지대에 있다. 그래서 바다에서 호수로 올라갈 때와 호수에서 바다로 내려갈 때는 갑문을 통과해야 한다. 갑문을 통과하는데 호수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호수의 물이 부족하면 통행하는 선박 수에 제한이 생긴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데는 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침에 대서양 쪽에서 들어가서, 저녁에 태평양 쪽으로 나온다. 내가 탄 크루즈는 오전 7시에 운하에 들어가서, 오후 5시 정도에 도착했다. 이번 글에 첨부하는 모든 사진에 촬영시간을 적어두니,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면 파나마 운하 통과 후기를 쓰도록 하겠다.
1. 꼭두새벽에 콜론항에서 출항!
어렸을 때부터 책으로만 보던 파나마 운하를 본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오전 6시 정도에 파나마 운하에 들어간다고 방송으로 들었다. 그래서 전날 일찍 잤다. 그런데 새벽 4시에 깨서 밖에 나가 보았다. 배가 콜론항에서 출항하고 있었다.
언제 다시 볼 줄 모르는 콜론항을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30분 정도 보다가 피곤해져서 다시 방에 가서 잤다.
2. 일어나 보니 파나마 운하 갑문...
6시에 일어나기로 알람을 맞추어 두었지만, 많이 피곤했나 보다. 일어나 보니 7시였다. 바로 옷 입고 갑판으로 갔다. 크루즈는 파나마 운하의 대서양 쪽의 갑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갑문을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문이 열리면 들어가고, 닫히면 수위가 높아진다. 그리고 다음 갑문이 열리면 들어간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한다. 정말 천천히 진행된다. 그래도 오랫동안 느긋이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수위가 달라져 있다.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때는 파나마 운하 직원들도 크루즈에 탑승한다. 운하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타실(함교)에서 선장에게 조언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래의 사진처럼 휴식을 취하며 비상상태를 대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는 동안은 트래일러가 선박을 끌어준다. 아래의 사진처럼 줄로 연결한 다음에 끌고 간다.
끌어주는 모습은 아래의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크루즈 뒤편으로 가서 얼마나 왔는지 봤다. 한 칸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번을 기다리는 선박이 대기하고 있었다.
교과서로 보면 파나마 운하의 갑문이 어느 정도 큰지 상상하기 어렵다. 갑문은 매우 두껍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갑문 위에 직원이 서있다. 사람과 갑문의 크기를 비교해 보자.
물이 다 차오르면 서서히 앞으로 움직인다. 아래의 동영상이 물이 다 차오른 다음에 배가 움직이는 모습이다.
앞 칸으로 이동하고 나면 다시 갑문이 닫힌다. 그리고 수위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린다. 아래 사진은 두 칸을 이동한 다음에 찍은 것이다. 다음 선박이 갑문을 통과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3. 거대한 호수를 통과하다
대서양 쪽 갑문을 통과한 후에는 매우 큰 호수를 건너야 한다. 이 호수를 건너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오전 8시 40분경에 대서양 쪽 갑문을 통과해서, 오후 1시 50분경에 태평양 쪽 갑문에 도착했으니 4시간 10분 정도 걸린 것이다.
이 호수를 통과할 때, 열대 우림과 같은 숲을 구경할 수 있다. 이것도 나름 재미있다. 평범한 숲을 보는 것보다 바다가 더 멋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몇 달간 바다와 하늘만 계속 보는 크루즈 생활을 하다 보면 육지 구경이 더 재밌어진다.
그리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때 모기 같은 벌레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조심하는 편이 좋다. 열대 모기는 잘못 물리면 큰일 난다. 황열병과 뎅기열 등의 병에 걸릴 수 있다.
그저 숲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탄 크루즈는 적어도 3층까지는 항상 물에 잠겨 있다. 이걸 다르게 생각하면 수심이 어느 정도 깊지 않으면 이 배가 통과할 수 없다. '그럼 여기 호수는 얼마나 깊은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호수가 이렇게 수심이 깊었을까?
아니면 공사를 통해서 깊게 했을까?
공사를 통해서 했다면, 수심을 깊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파나마 운하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건설된 운하이다. 길고 긴 운하, 꽤나 많은 모기들을 보면서 정말 이 운하를 만들기 힘들었겠다고 생각했다. 모기와 싸우면서 운하를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운하를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선원이 신호등이 있다고 했다.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진짜 신호등이 있었다. 그 선원의 말에 따르면 저 신호등에 따라서 배들이 간다고 한다.
빨간불이 되었다가, 초록불이 되었다가 하는데 정확한 의미는 나도 모른다. 그저 저런 것들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마 배에 타고 있는 파나마 운하 직원들이 저것을 보고 배를 조종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 전방의 갑판에 가서 앞서가는 배들을 보았다. 한참을 보다가 배가 고파져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방에 가서 조금 쉬었다.
4. 빼드로 미구엘 갑문(Pedro Miguel Locks)을 통과하다.
다시 갑판으로 올라와서 열대우림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느새 멀리서 갑문이 보였다. 빼드로 미구엘 갑문(Pedro Miguel Locks) 이었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 쪽에 두 개의 갑문이 있다. 호수 쪽이 빼드로 미구엘 갑문이고, 바다 쪽이 미라플로레스 갑문이다. 그리고 미라플로레스 갑문에 파나마 운하 전망대가 있다. 그래서 웬만한 파나마 운하 관광기에는 미라플로레스 갑문에서 찍은 사진들이 등장한다.
아무튼 빼드로 미구엘 갑문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대서양 쪽과는 반대로 갑문을 통해서 내려간다. 수위가 낮은 바다로 한 칸씩 돌아가는 것이다.
갑판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구경한다. 이렇게 파나마 운하를 볼 기회를 마음껏 누리고 싶은 마음은 동아시아 사람들 다 같은 것 같다.
태평양 쪽 두 갑판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한 1~2 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서 여기 갑문을 통과할 때도 앞쪽의 미라플로레스 갑문이 보인다. 아래의 사진처럼 보인다.
그리고 산 너머로 고층 빌딩도 보인다. 내가 알기론 파나마에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있는 곳은 한 곳, 파나마 시티뿐이다. 빌딩들이 파나마 시티의 도착 표시판처럼 보였다.
5. 미라플로레스 갑문에 도착하다!
빼드로 미구엘 갑문을 통과하고 조금 기다리자, 미라플로레스 갑문에 도착했다. 파나마 운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파나마 운하 전망대가 여기에 있어서, 파나마 시티로 관광 온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놀러 온다.
참고로 미라플로레스는 현지 발음으로는 미라쁠로레스이다. 그런데 미라플로레스라고 너무 유명해서 그냥 미라플로레스라고 쓰기로 했다.
아래의 사진이 미라플로레스 갑문의 모습이다. 살색의 약간 높은 건물이 파나마 운하 전망대이다. 그리고 오른쪽에 멀리 보이는 다리가 '미국 다리(Bridge of the Americas)'이다.
아래 사진 속의 건물이 파나마 운하 전망대이다. 여기 입장료가 꽤 비싼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배를 보려고 입장한다.
크루즈가 갑문에 들어서고, 수위가 점점 낮아졌다. 이제 곧 태평양이구나 하는 기대와 파나마 운하가 곧 끝난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다.
그나저나 전망대에 사람이 빼곡하다. 정말 사람이 많다. 모처럼 파나마 운하에 왔으면, 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다 똑같은 것 같다.
그리고 전망대에 있는 사람들과 배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서 소리를 친다. 그리고 서로 사진도 많이 찍는다. 파나마 운하 전망대에서 지나가는 배를 보는 것도, 배에서 파나마 운하 전망대를 보는 것도 정말 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그래서 더 같이 추억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도 몇 번 소리치다가 아래층의 갑판으로 내려갔다. 갑문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래서 본 파나마 운하의 갑문은 아래의 사진처럼 생겼다.
그리고 크루즈는 큰 배다. 파나맥스에 거의 가까운 배라서 양옆으로 거의 벽에 닿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정말 손을 뻗으면 운하의 콘크리트 벽이 닿는다.
다시 위로 올라가서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통과하는 것을 보았다. 크루즈는 곧 갑문을 통과해서 태평양을 향해갔다. 파나마 항구의 모습이 옆으로 보였다.
6. 미국 다리(Bridge of the Americas)를 통과해 태평양으로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통과하면 이제 사실상 태평양이다. 앞쪽으로 미국다리 아래로 태평양이 보였다.
크루즈는 천천히 나아가 미국다리를 통과했다. 그리고 태평양으로 나아갔다.
파나마 시티가 보였다. 수많은 마천루로 이루어진 파나마 시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보고 싶은 도시였다.
이렇게 장정 10시간에 걸쳐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했다. 책으로만 보던 파나마 운하를 직접 건너면서,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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