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5. 17:57ㆍ중국 서북부 여행
학수고대했던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중국에서 30일 이상 체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박 2일만 우루무치에서 머물고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이동하기로 했다.
우루무치에서 알마티 가는 방법
우루무치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비행기 타고 가는 방법, 야간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버스 타고 가는 방법이다. 이 중에서 야간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비행기는 너무 비싸기도 했고, 육로 이동이라는 여행의 연속성을 되도록 지키고 싶었다. 또한, 우루무치에서 알마티로 가는 육로에 대한 한국어 정보가 너무 없어서 내가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루무치에서 알마티로 가는 버스는 있는 줄 몰랐다. 그런데 알았어도 안 탔을 것 같다. 더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우루무치에서 알마티로 가는 기차가 타고 싶었다.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하면 우루무치에서 알마티로 기차 타고 갔다는 옛날 정보가 조금 나온다. 그래서 그런 기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루무치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역무원에게 알마티에 가는 기차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런데 역무원이 그런 열차는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하냐고 묻는 나에게 역무원은 기차 타고 호르고스라는 곳에 가면 알마티로 가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 방법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가보기로 했다.
우루무치에서 출발하기 전에 해야 할 것
가기 전에 무조건 중국철도청 공식 철도앱 '铁路12306'으로 우루무치에서 호르고스로 가는 표를 꼭 예약해두어야 한다. 매표소 가서 살 수도 있지만 오래 기다려야 하고, 표가 없을 수도 있다. 우루무치에서 호르고스로 가는 기차는 하루에 한편밖에 없다. 반드시 앱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자. 뭐, 우루무치까지 간 여행자들이라면 이렇게 말 안 해도 알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침대칸을 잡아야 된다. 우루무치역에 9시에 도착해서 9시 50분에 출발하는 기차에 타고 출발하면, 알마티에는 현지시각 오후 5시 정도에 도착한다. 우루무치와 알마티가 3시간 시차가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23시간 걸리는 것이다. 그러니 심한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으면 반드시 침대칸을 잡자.
한 번에 가는 침대칸이 없더라도 중간에 자리를 바꾸는 침대칸은 남아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간에 이리까지만 가는 침대칸과 이리부터 호르고스까지 가는 침대칸이 남아있으면 두 개를 예약하면 된다. 중간에 깨서 자리를 바꾸기만 하면 된다. 중간에 깨는 것이 좀 싫지만, 좌석보다는 훨씬 낫다.
우루무치역에서 출발!
호텔 주변에서 저녁을 먹고 택시를 잡아서 우루무치역으로 갔다. 오후 9시 정도에 도착했다. 시차가 있기 때문에 오후 9시에도 대낮같이 밝았다.
다른 중국의 기차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짐검사와 신분증 검사를 3번 정도 받고 기차에 탔다. 기차의 옆면에는 호르고스와 우루무치가 적혀 있었다. 호르고스와 우루무치 사이만 운행하는 기차인 것 같았다. 하긴 기차 편수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전용기차가 있을만하다.
출발시간이 되자 기차가 출발했다. 뭔가 슬프고 아쉬웠다. 우루무치는 예전부터 꼭 한번 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런 곳에 겨우 도착했는데, 체류기간 때문에 제대로 못 즐기고 떠난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이제 30일 가까이 계속한 중국여행이 곧 끝난다는 것도 뭔가 아쉬웠다.
홍콩에서 우루무치까지 육로여행했던 나날들, 지금 현재 즐기는 여행이 곧 하나의 추억이라 불리는 과거가 된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차는 출발했다.
중간에 이리에 산다는 소수민족 친구들과 친해졌다.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피곤해져서 잠이 들었다.
중간에 한번 자리를 바꿨다. 우루무치에서 호르고스로 한 번에 가는 침대칸이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 자리를 바꾸는 방식으로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자리의 표를 사두었다고 차장에게 말했는데, 차장이 어떤 상황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더니 나를 예약한 자리로 안내해 줬다.
다시 잠에 들었다가 깼다. 호르고스에 거의 다 도착했다. 이리에 산다는 친구들은 이미 내리고 없었다. 사람들로 가득 찼던 침대칸도 많이 비어있었다. 대부분은 호르고스에 도착하기 전에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내리는 것 같다.
호르고스역에서 호르고스 국제 버스터미널로 이동!
호르고스역에 도착했다. 그래서 짐을 가지고 내렸다. 그리고 바로 멘붕에 빠졌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중국 대도시들은 거의 다 역이 도심지에 있었다. 그런데 호르고스역 주변은 그냥 농촌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카자흐스탄 가는 버스를 타야 할지 전혀 몰랐다. 역문 밖에는 택시기사들이 무섭게 몰려들었었다. 그래서 잠시 멘붕에 빠졌다.
그러다가 침착하게 역문에 빠져나가기 전에 역무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역무원은 '신국문'이라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 사실 이건 약간 틀린 정보이다. 신국문은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출입국사무소 이름이다. 버스를 타려면 호르고스 국제 버스터미널로 가야 된다. 아마 역무원은 내가 버스 타고 카자흐스탄 간다는 것을 잘 몰랐으니 그랬을 것 같다. 아무튼 신국문을 가겠다고 역문을 나왔다.
택시기사들이 겁나게 몰려들었다. 손사래 치면서 버스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버스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택시기사 한 명에게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20위안이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택시에 탔다.
택시를 타고 미터기를 켜달라고 했는데, 기사가 안된다고 했다. 왜냐고 물어보았다. 미터기를 켜면 15위안 정도 나오는데, 그걸로 먹고살 수가 없다고 했다. 아침부터 나와서 기다리는데 5위안 정도는 더 줄 수 있지 않냐고 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알겠다고 했다.
신국문으로 가면서 택시기사와 이야기를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이곳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다. 호르고스가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화물을 연결하는 거점이기 때문에, 화물차들이 많이 다닌다고 들었다. 나는 홍콩에서 여기까지 기차 타고 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카자흐스탄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신국문이 아니라 호르고스 국제버스터미널에 나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여기서 버스를 탈 수 있어. 저기 정문에 환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요하면 환전해."라고 말했다. 나는 감사하다고 말하고, 20위안을 주었다.
정문에 환전상이 여러 명 있다. 환율은 꽤나 괜찮았던 것 같다. 카자흐스탄 은행 고시 환율은 200위안에 12795 텡게였는데, 여기서는 12500 텡게였다. 알마티는 카드결제가 잘 되어있지만, 현금이 필요할 때도 있으니 여기서 어느 정도 환전해 두는 편이 좋다.
9시 반에 터미널이 운영하기 시작하는데, 그전까지 사람들이 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말이 줄을 선다지 사실 몰려있는 것에 가까웠다.
9시 반에 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간다. 들어가면 도착도시별로 카운터가 있다. 나는 알마티로 가니 알마티 가는 줄에 섰다.
알마티로 가는 버스표는 180위안이었다. 11시 차와 12시 차가 있었는데, 다행히 11시 차 표를 살 수 있었다. 표를 사면 매표소에서 나와서 짐검사를 받고 대합실로 들어가면 된다. 중국인들은 여권이 무슨 절차를 받아야 되는데, 한국인은 그럴 필요 없다.
10시 반쯤 되니 사람들이 다 버스에 탔다. 경비원도 나보고 빨리 버스에 타라고 했다. 그래서 영문도 모르고 일단 버스에 탔다. 왜 그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버스는 결국 11시가 넘어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버스는 출발해서 중국의 신국문으로 간다. 여기서 내려서 짐을 들고 출국심사를 받으러 간다. 출국심사가 끝나면 다시 버스를 타고 카자흐스탄 입국사무소로 간다. 사람들이 다 입국심사를 받고 버스에 타면 알마티로 출발한다.
입출국심사도 상당히 고역이었다. 중국 입국심사장에서 내려서 카자흐스탄 출국심사장에서 출발하기까지 대략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했다가 기다렸다가를 반복하는 것은 꽤나 힘들었다.
그리고 여기 출입국사무소는 여권검사도 다른 곳에 비해서 빡세게 했었다. 중국 출국심사관은 진지하고 엄격한 표정으로 나에게 여기 왜 왔냐고 물어보았다. 그냥 여행 왔다고 했다. 홍콩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 새삼 놀라면서 출국 도장을 찍어주었다.
카자흐스탄 입국심사관은 여권의 모든 면을 확인하였다. 그러나가 한 도장을 가리키며 이것은 어느 나라 도장인지 물어보았다. 5분 정도 그렇게 심사한 후에 입국도장을 찍어주었다.
여기서 새치기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타지 않으면 버스는 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길고 길었던 3시간의 입출국심사가 끝났다. 버스를 타고 알마티로 향했다. 중간에 허름한 식당에 들러서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 밥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먹으려다가 너무 허름해서 그냥 안 먹었었다. 참고로 여기 식당 와이파이가 된다.
휴식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적당히 사람들이 다 먹은 것 같으면, 버스기사가 버스에 탄다. 그리고 경적을 누른다. 그러면 아직 안 탄 사람들이 헐레벌떡 뛰어나와서 버스에 탄다. 차장이 머릿수를 세고, 알마티로 출발했다.
알마티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택시기사들이 많이 있다. 택시를 타도 되고, 안타도 된다.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면 된다.
나는 러시아어와 카자흐스탄어를 둘 다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시내버스를 타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노선도가 매우 단순했다. 버스터미널에서 방향에 맞게만 타면 대부분의 버스는 시내로 간다. 그래서 대충 지도와 버스 노선도를 보고 탈 버스 번호를 정한 다음에 탔다. 버스비는 현금으로 버스에 적힌 숫자대로 냈다.
이렇게 길고 길었던 우루무치에서 알마티까지의 육로이동이 끝났다. 알마티에서 3일 정도 여행한 뒤에 귀국했다. 마음 같아서는 주변의 다른 도시들도 여행하고 싶었지만, 일본 회사로 입사할 준비를 해야 했기에 돌아와야만 했다. 나중에 다시 알마티로 가서 육로여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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