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7. 11:17ㆍ볼리비아 여행/오루로 여행
브라질에 리우 카니발이 있다면, 볼리비아에는 오루로 카니발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남미에서는 꽤나 유명한 카니발 축제이다. 특히 볼리비아에서는 TV에서 중계도 해줄 정도로 유명하다. 내가 볼리비아 포토시에 있을 때도 호스텔 주인이 나보고 다른 도시에 가지 말고, 바로 오루로에 가서 오루로 카니발을 보라고 권했을 정도이다. 오늘은 그 볼리비아 오루로 카니발을 본 후기를 쓰려고 한다.
호스텔 주인의 조언에 따라서 바로 오루로로 갔었다. 카니발 시즌에는 조그마한 도시에 엄청난 사람이 몰려들기 때문에 잘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나도 겨우 민박집을 알아봐서 숙소로 잡았다. 그리고 관람권은 행사 전날에 민박집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다.
오루로 카니발 관람권은 자리마다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내가 받은 관람권은 아래의 사진처럼 생겼었다.
도시 곳곳에 아래의 사진과 같은 포스터도 있고 사람들도 많아서 카니발 분위기가 났다. 민박집으로 돌아가서 들뜬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카니발을 보러 갔다. 오루로 카니발은 오전 7시부터 행진을 시작한다.
그런데 일인가? 관람석이 텅텅 비어있었다. 내가 앉은 쪽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자리 요금은 종일권이라서 빨리 오든 늦게 오든 같은 가격인데, 왜 사람들이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경험으로 알게 되었는데, 아침에 사람이 없는 것은 밤늦게까지 즐기기 위해서이다. 오루로 카니발의 행렬은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 넘어서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밤이 되고 어두워지면 더 흥이 오르고 재미있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흥이 오를 때를 즐기기 위해서 늦게 나오는 것 같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야 좌석이 절반 이상 찼다.
아침에는 행렬도 조금 여유롭다. 아래의 사진은 잉카 분장의 행렬이다. '잉카스'라고 부른다.
오루로 카니발에는 여러 행렬이 있다. 각 행렬의 선두는 꾸며진 자동차나 깃발을 든 사람들이다. 뒤쪽의 행렬과 다르게, 조금 정식적이 복장이나 전통적으로 차려입은듯한 느낌이 난다. 그래서 딱 보면 '아, 새로운 행렬이 시작되는구나'하고 느낄 수 있다.
행렬의 순서는 '자동차 -> 깃발을 든 기수들 -> 악단 -> 분장을 한 행렬 (-> 악단 -> 분장을 한 행렬)'의 순이다. 경우에 따라서 한두 가지가 생략되는 행렬도 있다.
그리고 오루로 카니발이 볼리비아의 국가적인 축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오루로라는 도시의 축제이다. 그래서 어린이들도 많이 나온다. 어린이들이 나오면 사람들이 더 손뼉 쳐준다.
그리고 행렬과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면 가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관람석과 행렬 사이에 울타리가 있긴 한데, 그냥 넘어가면 된다.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주변 볼리비아 사람들이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나보고 사진찍고 싶으면 나가서 찍고 오라고 했었다.
오루로 카니발에 가면 분장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만 나갈 때 스프레이 맞을 각오는 해야 한다. 울타리 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스프레이 뿌리는 문화(?)가 있는데, 사진찍고 돌아오는 사람들에게도 뿌린다. 나도 많이 맞았다.
한 가지 팁을 말하면, 행렬과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싶으면 오전 이른 시간에 가면 좋다. 관람석도 많이 비어있고, 행렬도 천천히 가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오전 시간에는 스프레이 뿌리는 사람도 많이 없다.
위의 사진의 분장은 '앙헬(천사)'라고 불린다. 그 외 다양한 분장들의 사진은 아래에 나열했다.
형형색색의 정장과 악기가 통일된 악단의 행렬은 정말 멋있었다.
아래의 사진의 분장은 '오소(곰)'이라고 불린다. 주로 행사의 흥을 띄우는 역할을 한다. 이 오소가 춤을 추거나 흥을 띄워달라는 손짓을 하면, 사람들이 '오소! 오소' 외치면서 흥을 띄운다.
그리고 상인들이 지나가면서 도시락이나 먹을 것을 판다. 오루로 카니발에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배고프면 알아서 식당에 가서 밥을 먹던지, 도시락을 사서 먹지 해야 한다. 상인들이 음료수도 팔고, 스프레이도 팔고 다 판다.
아래의 사진의 상인이 팔고 있는 빵을 먹었다. 대나무와 비슷한 잎에 쌓여서 찧은 빵이었는데, 꽤나 맛있었다.
그렇게 먹으면서 행렬 구경하고 있는 찰나에 익숙한 글자가 들어왔다. '대덕농협 원로청년회'! 아니, '대덕농협 원로청년회 어르신이 이 이역만리의 땅에 무슨 일이세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냥 그 옷만 입고 있던 것이었다. 아마도 재활용을 거쳐서 볼리비아로 들어온 것 같다. 나름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열심히 보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사실 원래는 행렬을 끝까지 보려고 했는데, 10시가 넘어가니 힘들었다. 그래서 민박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옆의 아주머니가 디아블로는 보고 가라고 했다. 디아블로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행렬의 이름이었다. 꽤나 유명한 행렬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다 "디아블로, 디아블로" 하고 있으니 나도 궁금해서 보고 가기로 했다.
11시쯤에 디아블로 행렬이 시작되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자동차와 같이 행렬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기수가 디아블로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있다.
악단들도 멋있는 양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리고 분장이 상당히 화려했다. 빛나는 분장이었다. 직접 보면 정말 멋있다.
디아블로 이후로도 계속 행렬을 보다가 결국에 자정을 넘어서 민박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비슷한 행렬을 보다가 야간버스를 타고 수크레로 이동하였다. 카니발 시즌에 볼리비아에 간다면 꼭 오루로 카니발을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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